이 글에서는 고려후기 중앙과 지방의 의료관제 변화를 살펴보고, 이것이 조선의 의 료관제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제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고려의 대표적인 중앙 의 료기구인 태의감과 상약국은 여러 차례 명칭이 바뀌었는데, 이는 지배체제의 변화와 외교적 긴장이 반영된 결과였다. 동서대비원, 제위보, 혜민국 등의 대민의료기구는 재 정 악화 속에서도 유지되었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일반 백성들을 지배층 개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방에서는 의사와 약점사가 의료행정을 담당했으나, 원간섭기 이후에는 의사와 약 점사제도가 약화되면서 지방관이 직접 의료를 맡는 양상이 나타났다. 아울러 향리층 의 신분 상승 통로였던 의업의 응시 자격은 점차 제한되면서 향리층을 지방에 묶어두 려는 조치가 이어졌다. 결국 고려말에 상약국은 태의감에 병합되었고, 제위보는 아예 폐지되었으며, 지방 의료제도는 미약해졌다. 조선은 건국과 함께 중앙집권적으로 의료제도를 재편하였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구 에 들어있는 불교적 색채는 지우고, 성리학적 민본주의에 기반하여 일반 백성들의 의 료권을 법제적으로 보장하였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의학교육도 강화함으로써 지배층 이 의료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여말선초의 의료 변동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고려후기의 의료제도를 성리학의 이념 아래 재편성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