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소설에 나타난 의사와 환자간의 커뮤니케이션 연구 : 의사의 환자읽기를 중심으로

Abstract

[한글]

의료 행위가 단순히 과학이 아닌 예술에 비유되기도 하는 것은 의학에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행위의 핵심을 이루는 의사와 환자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그 동안 그 중요성에 비해 의료계 내에서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본 논문에서는 우선 이러한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그간의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한 연구들을 살펴보았고 이러한 연구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제시되는 환자를 텍스트로 보고자 하는 관점과 바흐친의 대화이론을 원용하여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인 의사의 환자읽기 유형을 단성적, 다성적, 단절적의 세 가지 유형으로 고안해 보았다. 단성적 환자읽기에서는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의 주도권을 의사가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에 의사의 관점만이 반영되며 의사는 한 인간으로서의 환자가 아닌 질병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질병의 치료만을 목표로 한다. 다성적 환자읽기에서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의 주도권을 의사와 환자가 공유하며 서로의 관점이 커뮤니케이션에 반영된다. 의사는 한 인간으로서 환자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관심을 가지며 궁극적으로 그 환자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절적 환자읽기에서는 의사와 환자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지 않으며 환자가 의사를 거부하거나 의사와 환자 서로간에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는 말기 상황에서 나타난다. 이들 의사의 환자읽기 유형을 우리 나라 현대 소설에 나타나는 의사와 환자의 만남의 장면에 적용해 보았는데 서정인의 『후송』에 나타나는

성중위와 군의관들과의 만남에서 단성적 환자읽기의 전형을, 박완서의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의 주인공인 산부인과 의사 '나'와 그녀의 환자들과의 만남에서 다성적 환자읽기의 전형을, 전용문의 『죽은 의사의 시대』의 김행오와 중환자실의 의사들의 만남에서 단절적 환자읽기의 전형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의 1, 2, 3부를 통해서 변모해 가는 조백헌이라는 의사와 소록도와의 관계를 통해서 단절적, 단성적, 다성적 환자읽기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다성적 환자읽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사 자신의 직접, 간접적인 폭 넓은 인생 경험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이들이 의료 현장에서 질병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환자에 관심을 가질 때 진정한 의미의 다성적 환자 읽기는 가능해질 것이다.

[영문]

"Medicine as an art" implies that there is something in medicine beyond the limit of science. The practice of medicine is far more than the simple application of scientific principles to a particular biologic aberration. The communication between a doctor and a patient is the core component of medical practice, but little attention has been given to this so considered important part of medicine. This study reviews the studies of doctor-patient communication based on scientific method and the limitations of previous studies, and examines the concept of 'patient as a text' proposed by the scholars in the field of literature and medicine and Bakhtin's narrative theory.

This study proposes three types of doctor's reading on 'patient' as an alternative model to see the doctor-patient communication on the basis of the concept of 'patient as a text' and Bakhtin's narrative theory, and the three types are monologic, dialogic, and discontinuous readings. In the monologic reading, the doctor has the whole power in communication and the communication reflects only the doctor's point of view. The doctor's concern is only for the disease and treating diseases becomes the end. In the dialogic reading, the power is shared between a doctor and a patient and both points of view is reflected in communication. The doctor is interested in the patient as a human being and the understanding the patient and the world surrounding the patient becomes the end. When the patient refuses the doctor or in a terminal situation such as terminal cancer patient where there is nothing to be expected from each other, the discontinuous reading can be applied and no communication takes place between a doctor and a patient.

To evaluate the applicability of the proposed types of the doctor's reading on patient, the three types applied to the scene of doctor-patient meeting in the contemporary Korean novels. In the meetings of lieutenant Sung and medical officers

in the Jung-In Suh's 『Sending Back』, the type of monologic reading can be seen. In Wan-Seo Park's 『Three Days in the Fall』, the type of dialogic reading can be applied to the scene of doctor I's life with her patients. In Yong-Moon Chun's

『The Days of Dead Doctors』, the type of discontinuous reading can be applied to the events occuring between Haeng-Oh Kim and doctors in ICU. And in part 1, 2, and 3 of 『The Heavens of Your Own』by Chung-Joon Yi, all three types of reading can be seen through the hero whose figure and relationship with Sorok Island have changed throughout the work.

The doctors must have ample experiences of life to make the dialogic reading possible. The dialogic reading can be realized as its true sense when they see the patient as a human being, not as a disease, and when they make efforts to understand the patient's worl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