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생명의료윤리에서 철학이 필요한가? 전통적으로 윤리학은 철학에 속하는 분야로 여겨져 왔으나, 응용윤리 분야 또한 철학에 속하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적어도 생명의료윤리 분야의 현재 상황을 볼 때, 해당 분야는 반드시 철학으로만 수행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 논문은 이런 상황에 있어 여전히 철학이 생명의료윤리에서 중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생명의료윤리는 여전히 철학적 개념으로 편만하다. 둘째, 의과학의 새로운 발전은 철학적 고찰을 요구한다. 셋째, 철학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생명의료윤리를 쇄신한다. 본 논문은 이 세 가지 주장이 비록 여전히 생명의료윤리에 철학이 할 수 있는 기여를 보여준다 해도, 철학의 필수성 또는 자리의 확실성을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철학은 생명의료윤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오히려, 철학은 생명의료윤리, 특히 그 생명과 의료 개념을 비판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고 이 논문은 주장하며, 그 예로서 철학적 포스트휴머니즘을 경유한 비판을 제시하였다. 이 과업은 다른 학문이 대체할 수 없는 철학 고유의 것으로서 생명의료윤리에서 철학의 위치를 불가결하게 만듦과 동시에 현재 우리가 겪고 있으면서도 아직 분야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힘을 부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