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외재난 긴급의료지원의 사례분석과 인도주의적 가치 고찰

Abstract

냉전시대가 종식된 이후 국제적으로 급속히 분쟁과 자연재해 등 재난사태가 증가하였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한 재난 상황에 빠진 이들을 돕는 국제사회의 노력 속에서, 일부 국가들은 재난을 이용한 정치적, 안보적, 경제적 영향력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 첫 해외재난 긴급구호 활동에 참여한 이후, 민간차원의 긴급구호 참여가 본격화된 초동기를 거쳐, 2004년 서남아시아 쓰나미와 2005년 파키스탄 지진의 과도기 속에서 전문성은 결여된 채 모금과 홍보에만 치우치는 우리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우리나라 대부분 구호팀들은 재난 발생 1주일이 지난 아급성기 현장에서 독자적인 1차진료를 실행하였으며, 평균 5.8일의 단기 의료지원활동만 펼치고 귀국하였다. 이후 문제의식은 보다 확장되었고, 긴급구호의 효율성과 전문성의 개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이후 정부는 ‘해외 긴급구호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고, 민관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역할 분담을 통해 긴급구호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노력중이다. 구체적으로 급성기 인명구조는 국가가 전담하며, 이후 의료지원과 구호사업은 민간단체들이 맡아서 추진하는 형태를 마련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강하게 제기하였던 긴급구호 장비개선에 대해서는 예산증액을 통한 이동식 현장 병원 등의 장비구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형식과 외형에만 치중하여 국제적 활동 기준과 인도주의적 정신 및 그 윤리적 가치판단에 대한 성숙은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날 인도주의 지원 현장이 보이지 않는 영토분쟁처럼 국력 과시의 장이 되어버렸더라도 국제 사회에서는 GHD(선진 인도적지원 공여국 협의회)나 HLF(세계개발원조총회)처럼 인도주의의 본디 정신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계속 되고 있다. 국가의 품격이란 것은 겉으로 포장된 것이 아닌 정직한 약속과 그것을 이행하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HRI(인도주의적 대응 지수)의 순위에서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소위 원조 강대국들이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진정한 우리의 국격 외교에 대해 진정성을 담은 패러다임을 갖출 수 있는 사회적 담론이 필요하다. 그래서 본 논문은 인도주의적 정신에 충실한 성숙한 해외재난 긴급의료지원 활동의 선결과제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효율성 보다는 피해지역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역량강화가 우선되는 효과성에 기반한 목표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모든 해외재난 긴급구호의 사전 계획과 모금 및 현장 활동 그리고 이후 성과까지 활동 전반의 내용들은 문서적 자료로 축적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 및 구호단체의 내부적 역량 강화뿐 아니라, 투명성과 책무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정부와 구호단체들, 그리고 의료계까지 포함한 인도주의 정신과 그 윤리성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한 인도주의적 패러다임의 형성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윤리적 가치 기제를 지켜줄 것이다. 끝으로 향후 우리나라의 해외재난 긴급의료지원의 대안적 모델로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1차 진료를 현지민, 특히 취약계층의 필요와 현장의 1차 보건의료 체계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의 관심을 좇는 급성기 경쟁적 구호활동을 지양하고,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한 성공지표, 현지민 역량강화를 위한 목표설정, 그리고 구호활동 전반에 대한 상시적인 평가와 보완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